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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6대 로펌行 고작 7%…"月200만원 못버는 변호사도"

  • 입력 : 2018.01.15 10:3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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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18년 1월 7일 보도했습니다.>

◆ 기로에 선 로스쿨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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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다니던 고정훈 씨(가명·변호사시험 6회)는 고심 끝에 회사를 그만두고 서울 상위권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했다. 지난해 꿈에 그리던 변호사가 됐지만 학교 밖에서 맞닥뜨린 취업 시장은 말 그대로 '생존 정글'이었다. 그는 로펌 14곳에서 퇴짜를 맞은 뒤에야 가까스로 한 신생 로펌에서 실무수습을 할 수 있었다.

고씨는 "주변에서는 '그래도 변호사인데 힘들어 봤자 얼마나 힘들겠냐'며 비아냥대지만 월 200만원도 못 받는 변호사들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동기들을 보면 취직이 안 돼 인맥도, 실력도 부족한 채로 무리하게 개업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변호사 자격증만 가졌을 뿐, 다시 '취준생' 신분으로 돌아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로스쿨제도 도입과 함께 변호사 수가 빠르게 늘면서 이들의 취업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졸업만 하면 탄탄대로 아니냐'는 생각과 달리 현실의 경쟁은 무척 치열하다. 로스쿨 졸업생 대다수는 변호사가 된 뒤에도 직장을 찾아 이리저리 원서를 들고 뛰고 있다. 심지어 갈수록 좁아지는 대형 로펌 취업 탓에 '부모님 또는 할아버지 직업'과 '집안 경제력' 등 소위 금수저 스펙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늘어나면서 '신(新) 음서제 논란'도 거세지고 있는 실정이다.

7일 매일경제가 국내 6대 대형 로펌인 김앤장·태평양·광장·세종·율촌·화우의 지난해 변호사 채용 결과를 분석한 결과 이들 6개 로펌은 지난해 112명의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채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처음 채용 시장에 나온 2012년 6개 로펌에 75명이 채용됐던 것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 늘어난 셈이지만,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매년 1500명 이상 배출되는 사실을 감안하면 대형 로펌의 취업 문턱은 여전히 좁은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로스쿨을 통해 총 9285명의 변시 합격자가 배출됐지만 그중 6대 로펌에 취업한 변호사 숫자는 총 545명으로 겨우 5.8%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이들 대형 로펌은 사법시험 합격자 수가 매년 줄어가는 와중에도 사시 출신 변호사의 채용은 줄이지 않아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크다. 지난해 사시 출신 중 6대 로펌에 채용된 비율은 22.22%로, 2012년 8.35%에 비해 13.87%포인트가 급증했다. 같은 기간 변시 출신의 6대 로펌 채용 비율은 5.17%에서 7.00%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사시 폐지를 앞두고 로펌들이 마지막 사시 출신들을 선점하려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 로펌들은 당장 로스쿨 출신 변호사 채용 규모를 늘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로스쿨 출신 중 현장에서 요구하는 '실무능력'을 갖춘 인재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로스쿨 출강 경험이 있는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학생들이 전문성과 실무능력을 기르기보다는 시험 준비를 위한 점수 따기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대형 로펌의 관계자는 "특히 송무 영역에서는 로스쿨 출신의 실무 능력이 떨어져 많은 교육 시간을 할애해야 하기 때문에 여전히 사시 출신에 대한 선호가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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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문제는 대형 로펌 취업에 부모 직업이나 집안 배경 등이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로스쿨생들 사이에서도 "몇몇 대형 로펌들의 경우 사건 수임 차원에서 부모 직업 등 스펙이 좋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을 골라 입도선매 방식으로 채용한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로스쿨이 '금수저'들을 위한 제도라는 '신 음서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이에 대해 대형 로펌 관계자는 "로펌도 사실상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인데, 인재를 채용할 때는 필요에 따라 실력뿐만 아니라 다른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이는 사시 출신들을 뽑을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반박했다.

로스쿨 출신의 취업난은 비단 로펌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로스쿨 도입 당시에는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기업, 시민단체, 국제기구 등 사회 곳곳에 변호사들을 배출하겠다는 취지였지만 막상 이런 곳에서도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취업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서울 소재 A로스쿨의 경우 지난해 변시 합격자 취업 현황을 살펴보면 공공기관에 취업한 비율은 3.26%에 불과했고 시민단체 취업 역시 1.09%에 머물렀다. 그나마 기업 취업 비중이 11.96%로 다소 높게 나타났지만 애초의 기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공공기관 등에서 로스쿨 출신의 취업률이 낮은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로스쿨생들 눈높이가 너무 높은 것 아니냐"고 지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례로 지난해 4월부터 한 예술재단에서 근무했던 변호사 김민지 씨(가명·변시 5회)는 '팀장의 텃세에 재계약을 포기해야 했다'며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300여만원의 급여를 받으며 일을 시작했지만 공인노무사인 팀장 및 팀원들이 김씨의 행동에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며 괴롭히고 재계약 불가 의사를 밝혔다는게 민원의 내용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변호사의 눈높이가 높다는 것은 옛말"이라며 "설령 공공기관 등에서 일을 시작한다 해도 '변호사가 바른말만 한다' '변호사가 내 밥그릇을 뺏는다' 같은 인식이 있어 텃세를 부리고 이에 변호사들이 견디지 못하고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난에 궁여지책으로 '개업'을 택하는 변호사들도 생존 정글에 내몰리기는 마찬가지다. 변호사 수가 증가하면서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사건 수임 건수가 1.69건으로 추락한 탓이다. 한 달에 1~2건 수임해선 사무실 임차료도 감당하기 어렵다.

그야말로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변호사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교육계와 법조계는 깊은 우려를 표한다. 한 로스쿨 교수는 "로스쿨의 취지가 송무 외에 다른 업무에서도 행정사 법무사 세무사 노무사 등과 무한 경쟁을 통해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인데, 현재로선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양한 학부에서 전공지식을 쌓은 변호사들이 특권의식을 버리고 각종 분야에 진출한 뒤 업무영역을 확대해 경력을 쌓아야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교수는 "기업이나 공공기관 입장에선 변호사를 채용하는 것이 일종의 보험 역할을 하는 것인데 이를 간과하는 경향이 크다"며 "사회 여러 분야에서도 변호사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받아들이려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성호 기자 /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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