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뉴스칼럼 > 칼럼

[전지성의 레이더L] 그 양심은 어떻게 판별할까

  • 입력 : 2018.11.13 14:34:11     수정 : 2018.11.13 14:34:5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공유
 기사의 0번째 이미지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가 지난 1일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병역거부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는 새 판례를 확립했다. 궁금한 건 한 가지다. 이제 종교와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면 정말 어떻게 되는 건가. 판결문도 "그 양심이 과연 (중략)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인지 가려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인정했다(판결문 11쪽). 다만 "내면에 있는 양심을 직접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중략)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단서를 뒀다. 그리고 그 '증명 방법'을 일별했다.

그 기준들에 임의로 번호를 붙여 봤다. "1.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주장에 대해서는 종교의 구체적 교리가 어떠한지 2. 그 교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고 있는지 3. 실제로 신도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지 4. 그 종교가 피고인을 정식 신도로 인정하고 있는지 5. 피고인이 교리 일반을 숙지하고 철저히 따르고 있는지 6.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오로지 또는 주로 그 교리에 따른 것인지 7. 피고인이 종교를 신봉하게 된 동기와 경위 8. 만일 피고인이 개종을 한 것이라면 그 경위와 이유 9. 피고인의 신앙 기간과 실제 종교적 활동 등이 주요한 판단 요소가 될 것이다." 여기까지도 만만치 않아 보이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판단 과정에서 피고인의 가정환경, 성장 과정, 학교 생활, 사회 경험 등 전반적 삶의 모습도 아울러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양심은 그 사람의 삶 전체를 통해 형성되고, 또한 어떤 형태로든 그 사람의 실제 삶으로 표출됐을 것이기 때문이다(이상 12쪽)."

 기사의 1번째 이미지
대법원은 판별의 책임을 검사에게 맡긴다. "검사는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진정한 양심의 부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 이때 병역거부자가 제시해야 할 소명 자료는 적어도 검사가 그에 기초해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구체성을 갖춰야 한다(13쪽)." 또 검사는 "범의를 증명하듯(56쪽)" 따져야 한다.

병역을 거부하려면 전 인생을 통틀어 거짓 없고 한결같은 양심에 따른 것이라고 증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당연히 무죄'라는 표현은 어디에도 없었다.

검사도 지나치거나 모자라면 거센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거부감은 판결문도 곳곳에서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느 검찰청의 어떤 검사가 어떤 병역거부자의 어떤 신념과 어떤 양심을 어떤 근거를 통해 얼마나 철저하게 따졌는지, 사례마다 대서특필이다. 새 판례는 우리 사회 소수자의 양심을 존중하라는 준엄한 명령과 함께 처절한 인정투쟁과 혹독한 검증의 책임을 남긴 셈이다.

[전지성 사회부 차장·법조팀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법조인

  • 문무일(文武一)
  • 검찰총장(대검찰청 검찰총장)
  • 사법연수원 18기
  • 고려대학교
  • 광주제일고등학교

법조인 검색

안내 아이콘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