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성의 레이더L] 대법원장이 위임한 권한의 무게

  • 입력 : 2017.12.11 17:19:18     수정 : 2017.12.11 17: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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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이례적인 두 사건이 법조를 뒤흔들었다. 하나는 검찰의 관행이 문제가 됐다. 지난 4월 21일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국정농단 수사를 끝내고 법무부에서 관련 업무를 하던 후배 검사들을 불러 격려하며 저녁을 샀다. 그 저녁이 부정한 청탁 자리였다는 의심과 100만원의 격려금이 5월 15일 한 보도로 널리 문제가 됐다. 대통령이 직접 감찰을 지시하자 한 달 만에 이 전 지검장은 재판에 넘겨졌고 면직됐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는 "그 저녁 자리의 성격과 경위, 장소 등을 보면 선배가 후배를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청탁금지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며 이 전 지검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격려금 100만원도 형사처벌의 선을 넘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됐다. 사건 초기엔 억울해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모두 눈을 감고 입을 닫았다. 이후 7개월이 지나자 판단이 달라진 것이다. 이전과 달리 댓글꾼들 말고 이 판결에 불만을 가진 이는 없어 보인다.

두 번째 사건은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업무에서 비롯됐다. 행정처는 재판을 위한 예산 인력 감찰 등 사법행정을 지원하는 곳인데 여기서 판사들 모임을 지나치게 간섭했다는 의혹이 퍼져나갔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불리다가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갑자기 부풀려졌다. 두 차례 공식 진상조사가 있었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은 취임 뒤 이를 모두 무시하고 재조사를 천명했다. 대법원장이 권한을 위임한 판사들은 "반드시 문제를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기세로 행정처 컴퓨터를 사실상 수사하고 있다. 판사들이 침묵하니 검사들이 대신 말을 한다. "검사들이 저렇게 압수수색영장 없이 업무용 컴퓨터에 손을 댔다면 바로 구속될 겁니다. 어떤 정부부처에서 감찰을 한다 해도 저렇게 멋대로 뒤질 순 없습니다. 위헌이고 불법입니다. 판사가 헌법과 법률 위에 있나요." 이게 대법원장이 위임한 권한으로 벌이는 일이다.

두 사건은 일사불란하게 법조를 공포와 불안에 빠뜨렸다는 점이 닮아 있다. 나머진 많이 다르다. 검찰의 만찬 해프닝은 이미 벌어진 일이었고 언론은 뒤에 그것을 확인해 보도했다. 검찰총장이 따로 권한을 위임할 것도 없이 누구나 아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감찰과 수사가 진행됐다. 시간이 지나자 법원이 오해를 바로잡았다.

반면 행정처 사건은 애초 시작부터 석연치 않았고 일부 언론은 사실 확인 없이 내달리기만 했다. 김 대법원장이 권한을 위임한 뒤 이어진 절차에선 위법 논란이 거세고 끊임없다. 시간이 지나면 법원은 억지와 진실을 가릴 수 있을까. 대법원장이 위임한 권한은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대법원장이 그 책임을 다 지게 된다.

[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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