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성의 레이더L] 대법원장, 권한 내려놓기가 먼저

  • 입력 : 2018.02.05 17:38:41     수정 : 2018.02.05 17:3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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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1일과 2일 법원행정처 중요 보직에 대한 갑작스러운 좌천 인사와 고위 법관 발탁 인사를 연이어 발표했다. 정부 국정 기조에 맞춰 '개혁' 메시지를 담았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 탓에 정치 편향이 짙어 '코드 인사'라는 비판도 받았다.

그는 지난해 10월 25일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가 제안한 '사법평의회'에 대해 "지지하거나 따를 생각이 전혀 없다"며 "내용이 너무 정치적이고 법원의 독립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고 했다.

사법평의회는 특위 자문위원회가 사법부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제안했다.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한을 견제하겠다는 취지다. 법관 인사·징계권, 대법관 후보자 추천, 예산 수립과 집행 등 사법행정에 대한 주요 권한을 갖는다. 평의회 위원 지명·선출권은 대통령과 국회, 법관들이 나눠 갖는다. 판사들도 반대했다. "정당 추천 인사들이 사법평의회 위원이 되면 법관이 되려는 사람들이나 현직 법관들이 정당에 줄을 대기 위해 로비를 하는 폐해가 고착될 것"이라는 우려는 한결같았다. 지난주 인사로 판사들이 그 우려를 되새기고 있다. 인사의 면면을 보면 사법평의회를 '너무 정치적'이라고 반대하기에는 궁색해졌다고들 한다. "정치권보다 '더 정치적인 사법부'라고 지적할지 모른다"는 우스개도 나온다. 김 대법원장이 첫 기자간담회에서 경계했던 '정치'와 그가 이번에 드러낸 '정치'가 얼마나 어떻게 다르냐는 얘기다. 집권한 최고 권력자가 논공행상을 거쳐 측근과 지지자들을 가까이 두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대법원장은 특정 정파를 대변해 집권한 권력자인가. 사법부 인사로 논공행상의 잔치를 벌이면 판사들은 기꺼이 따를까. 판사들은 이제 어느 정파에라도 줄 서려 눈치를 봐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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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9월 취임식에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온몸으로 막아내고, 사법부의 독립을 확고히 하는 것이 국민의 준엄한 명령임을 한시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4개월이 지났다. 한 전직 법원장은 "개헌을 둘러싼 정쟁이 시작도 안 됐는데 이번 인사로 사법부가 그 한가운데를 먼저 걸어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이 도대체 누구 의견을 듣고 인사를 한 거냐는 의구심도 퍼진다.

한 전직 대법관은 "사법행정은 정치와 닮아 있어 오해받기 쉽다. 개혁이건 청산이건 논공행상이건 인사에 강한 메시지를 담으려 할수록 특히 그렇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인사청문회와 취임 첫 기자간담회 등에서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한에 대해 고심을 하고 있다"며 "내려놓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그 뜻을 먼저 실천하면 어떨까. 정치권의 관심도, 정치라는 오해도 한번에 지울 수 있다.

[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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